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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슈 다이어리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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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도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더위가 얼굴을 덮쳤다. 그늘로 피해도 소용이 없는 종류의 더위, 공기 자체가 데워져 있는 더위였다. 광장에서는 피리 소리가 났다. 한 곳이 아니라 사방에서, 서로 다른 음정으로. 그 사이를 폭죽이 터지고, 호객꾼들이 손목을 잡고, 오토바이가 사람 사이를 비집고 지나갔다. 경적과 피리와 폭죽이 한 덩어리로 울리는데 아무도 놀라지 않는다는 게 제일 이상했다.

메디나 안으로 들어가면 골목이 시작된다. 지도가 소용없는 골목이다. 두 번 꺾으면 방향 감각이 사라지고, 세 번 꺾으면 왔던 길을 되짚을 수 없다. 미로라는 표현은 비유가 아니라 설명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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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와 짐꾼

숙소까지 차가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을 그제야 이해했다. 골목 입구에서 짐꾼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옆에 당나귀가 서 있었다. 여행 캐리어를 당나귀 수레에 싣고, 짐꾼은 그 앞에서 걸으며 좁은 골목 안쪽까지 따라 들어갔다. 바퀴 달린 가방과 당나귀가 같은 골목을 지나가는 장면. 이 도시가 어떤 시간대에 걸쳐 있는지 그 한 장면이 다 설명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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섞여 있는 목소리들

가장 호기심을 자극한 건 언어였다. 상인들끼리는 아랍어(다리자)로 말하다가, 우리에게는 스페인어를 던지다 프랑스어로 붙고,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끼리는 또 다른 말—아마지그, 흔히 베르베르라 부르는 언어—을 썼다. 한 가게 안에서 4 개의 언어가 오간다.

북아프리카 마그레브의 지리, 사하라 이남과 이어진 교역로, 안달루시아와 마주 본 지중해, 그리고 프랑스 보호령의 흔적. 그 층들이 한 사람의 입에서 순서 없이 튀어나온다. 어느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 정체성이, 여기서는 결함이 아니라 기본값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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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차의 셈법

 야자수가 늘어선 길을 지나 다시 수크로. 선인장 열매를 쌓아놓은 상인이 칼로 껍질을 쳐내고 즉석에서 건네줬다. 손에 즙이 흐르는 채로 다음 골목. 수크를 뒤지는 방식은 단순하다. 들어가고, 앉고, 민트차를 마시고, 흥정하고, 나온다. 문제는 그 민트차를 거절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몇 잔을 마셨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쯤 배는 차 있고 땀은 계속 흐르고, 그런데도 아직 아무것도 사지 않은 상태였다. 지구의 끝에 와닿은 느낌이 이런 걸까, 하고 생각했던 게 그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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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끝의 목공방

수많은 공예품들과 기념품가게들을 지나다가. 그러다 목공방에 다다랐다. 간판도 없고, 그냥 골목이 넓어지는 지점에 나무가 쌓여 있는 곳.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남자가 쭈그려 앉아 손도끼로 유칼립투스를 패고 있었다. 전동 공구도 작업대도 없다. 무릎 사이에 나무를 세우고, 도끼날의 무게로 결을 따라 쪼갠다. 치수를 재는 자도 보이지 않았다. 옆에는 그렇게 만들어진 다리와 프레임이 크기별로 쌓여 있고, 그 옆에서 다른 사람이 가죽을 재단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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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칼립투스는 이 지역에서 흔하고, 습기와 병충해에 강하고, 변형이 적다. 왜 이 나무냐고 물으면 아마 그런 대답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 있으니까, 단단하니까. 그 정도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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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은 소가죽. 마라케슈의 무두질 공방은 냄새로 먼저 알아차리게 되는 곳인데, 그 냄새를 한 번 맡고 나면 이 가구의 가죽이 어디서 왔는지 굳이 물을 필요가 없어진다.

도끼로 팬 나무 위에 손으로 재단한 가죽을 씌운다. 그게 전부다. 그래서 이 스툴들은 같은 사이즈라도 몇 밀리씩 다르고, 가죽의 두께와 간격이 일정하지 않고, 나무는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뒤틀린다.

그 자리에서 몇 개를 골랐고, 나머지는 만들어서 보내달라고 했다. 이 도시에서 가구를 사는 방식은 그렇다. 재고를 사는 게 아니라 순서를 예약하는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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