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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의 생김새 > postcard from t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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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의 생김새

tta 조회 244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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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원의 형상 — 계곡의 은세공 작업장

밀라노에서 바다 쪽으로

남쪽으로

밀라노를 빠져나와 남쪽으로 차를 몰면 평지가 끝나고 언덕이 시작된다. 리구리아의 산을 넘으면 갑자기 시야가 열리면서 바다가 나타난다. 제노바다.

도착한 시간이 마침 해질 무렵이었다. 항구 도시라 건물들이 언덕을 따라 층층이 쌓여 있는데, 그 위로 노을이 내려앉으니 도시 전체가 한 덩어리의 금빛이 됐다. 바다에 맞닿은 도시의 전경이라는 말은 이런 장면을 두고 쓰는 것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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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걸린 것들

이탈리아 남부에서 시칠리아까지, 성당과 지역의 작은 사원들을 다니다 보면 유독 눈에 들어오는 벽이 있다. 작은 금속 판들이 빼곡히 걸려 있는 벽.

기도라는 건 원래 형태가 없다. 마음속에 있는 것이고, 소리를 내도 곧 사라진다. 그런데 이 지역 사람들은 그 형태 없는 것을 굳이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만들어 벽에 걸었다. 낫기를 바라는 부위, 지키고 싶은 사람, 이루고 싶은 일. 그것을 손바닥만 한 판에 새겨서 걸어두는 것이다.


성당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가정집에 들어가면 한쪽 구석에 그런 것들이 모여 있는 자리가 있다. 로마에서 가져온 기념품, 작은 마리아상, 세대를 건너 내려온 장식 몇 개. 정리된 진열이라기보다 쌓인 시간에 가깝다.


이 문화는 이탈리아 남부에서 그리스로, 그리고 배를 따라 남미까지 넓게 퍼져 있다.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과 형식은 다르지만 하는 일은 같다. 바라는 것에 형태를 주는 것.


몸의 지도

걸린 것들을 하나씩 보면 대부분이 몸이다.

귀, 눈, 팔, 다리, 손, 심장, 가슴, 배. 아픈 부위를 그대로 만들어 건다. 아이를 바라는 사람은 아기의 형상을, 집을 원하는 사람은 집의 형상을, 먼 길을 떠나는 가족이 있으면 그 사람의 형상을 건다.

기도문을 읽지 못해도 이해되는 언어다. 글자를 모르던 시절에 만들어진 방식이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벽 하나가 그대로 그 마을 사람들의 걱정 목록이 된다. 어느 벽에는 눈이 유난히 많고, 어느 벽에는 다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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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의 작업장

제노바로 내려가는 길, 계곡물이 지나는 한쪽에 그 작업장이 있었다.

공장이라기보다 오래된 집에 가까웠다. 문을 열기 전에 먼저 물소리가 들렸고, 시냇물 위로 물잠자리가 낮게 날았다. 물이 그렇게 맑은 곳에서 금속을 다루고 있다는 게 처음엔 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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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면 은판을 눌러 형태를 뽑아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지역 성당과 바티칸에 납품하는 물건을 만드는 곳이라고 했다. 우리가 앞서 벽에서 봤던 그 판들이, 여기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상자마다 나뉘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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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근 마을에서 온 여성들이었다. 장애가 있는 직원들도 함께 일하고 있었고, 공정은 각자가 맡을 수 있는 단위로 잘게 나뉘어 있었다. 배려라기보다 오래 굴러온 작업 방식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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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탈리아 제조업이 세계를 덮던 시기가 있었다. 그 규모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이런 규모의 작업장들이 골짜기마다 남아 아직 손으로 만드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황금기의 한 자락이 여기 남아 있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 사실에 가까웠다.

돌아 나오면서 우리 주문 건은 언제 나오느냐고 물었다. 이미 나갔다고, 지금 독일을 지나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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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NAMENT — wall ornament

t.t.a의 오너먼트는 그 벽에서 시작됐습니다. 지중해와 남미 가톨릭 문화권에서 이어져 온, 바라는 것에 형태를 주어 벽에 걸어두는 방식을 금속 또는 세라믹으로 옮긴 라인입니다.


몸 — 귀 / 눈 / 팔 / 손 / 발 / 다리 / 가슴 / 배 / 등 / 장기
사람 — 남자 / 여자 / 아이 / 아들 / 딸 / 신사 / 숙녀
바람 — 집 / 열쇠 / 자동차 / 열매 / 하트 / 기도하는 손 / 출산


한 점씩 걸어도 좋고, 여러 점을 모아 벽 한 면을 채워도 좋습니다. 원래 그렇게 쓰이던 물건입니다. 새로 이사한 사람에게는 집을, 시험을 앞둔 사람에게는 눈이나 손을, 아이를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형상을 골라 선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벽에 무언가를 거는 일은 결국 잊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 마음이 오래된 것이든 어제 생긴 것이든, 특정 형태 갖춘다면 기억이라는 추상적 개념이 시각정보와 함께 길이 남기기도 합니다.


금속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변색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세월을 담는 흔적과 염원이 깊이와 기억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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